어는점
새벽 두시, 손을 잡고
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연인들이
울컥울컥 쏟아지는
심야영화가 끝난 영화관 앞에서
우리만 덩그러니
떨어져 걸었다
휴대폰을 보며
저만치 앞서가는 너의 등 뒤에서
괜스레 나는 허전한 손을
허공에 휘적휘적- 저어보았다
새벽의 찬 공기가
손가락 사이사이를 스쳤다
새끼손가락이
꼭 내 엄지만했던 너와
깍지손을 끼고 한참을 걷다보면
늘 손이 얼얼-하곤 했다
기도하듯 두 손을 모아
깍지손을 꼈다
네 손가락에 비해
한참은 앙상한 내 손가락이
마치 오늘의 너와 나처럼 초라했다
다정했던 시절에 우리는
오늘처럼 심야영화를 보고 돌아가는 길이면
영화의 한 장면 흉내를 내며
갈비뼈가 아프게 웃고
비라도 내리면
작은 전단지 아래 머리를 맞대고
찬 새벽을 땀과 빗물로 적시며 달렸다
딱딱한 아스팔트 길 위에
우두커니 서서
내가 걸음을 멈춘지도 모른채
멀어지는 너를 바라보며
나는
이제는 더 이상
마음이 아프지 않음에
마음이 아팠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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